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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자체는 거대한 도서관이며 그 책 속에는 지금껏 남자들이 말하고 여자들이 속삭인 모두가 영원히 적혀있다. 변하기 쉽지만 틀림없이 정확한 글자 속에, 인류의 가장 최초와 최후의 숨과 섞여, 상환되지 못한 다짐과 지키지 못한 약속이 영원히 기록되어 있다. 이것들은 인간의 불안정한 의지를 증거하듯 입자의 연합적 이동 속에서 영원히 존재한다. – 찰스 배비지*
≪M.C.V.≫**는 작가 9명의 생활 공간에 자리한 비선형적 서가들을 가상의 도서관으로 연결해 보는 프로젝트이다. 20세기 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1941)에서 묘사하는-책으로 가득 찬 육면 공간이 끝없이 증식해 나가는-도서관은 언어적 우주를 은유하는 것을 넘어서 21세기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예견하는 듯하다. 이번 기획은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의 (비)가시적 의미망을 화이트큐브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아홉 작가의 작업 태도에 내재된 언어적 조건과 창발적 가능성의 교차점을 일련의 서가와 작업 사이에서 묵언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 『문예비창작 : 디지털 환경에서 언어 다루기』, 케네스 골드스미스 지음, 길예경, 정주영 옮김, 워크룸프레스, 2023, 88-89 쪽에서 재인용
**본 전시는 2024년 4월부터 8월까지 5차례 화상으로 진행된 ‘21세기 바벨의 도서관에 관한 독서연구’ 모임과 연계하여 개최되었다. 전시명 ‘M.C.V.’는 소설 속에서 언급되는 불가사의한 코드 “MCV”를 일종의 축약어로 재해석한 것으로서, 암호와 무의미 사이의 무수한 가능성들을 포괄하려는 시도이다. / 박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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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works
Hidden wave underfoot (2024)
in the M.C.V. exhibition.
“바닥의 일부를 떼어낸 것과 같은 형상의 작품과 그 위에 놓인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2022-2024년 중에 ‘소리의 정처’를 파악하고자 채집한 소리를 콜라주한 사운드 작업이 담겨있습니다. 일시적인 도서관과 같은 본 전시 중에 희미하게 들리는 새소리-1-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의 새소리의 정체에 대해-를 따라가면, 2-하수구 밖으로 울려퍼지는 맹꽁이 소리가 만든 어느 조용한 새벽의 공간감, 3과 4-여행 중 정각을 알리는 각기의 성당 종소리-가 소리의 지층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책의 텍스트를 따라 몰입되며 물리적인 생각을 마주하고 온전해지는 시간, 시공간에 대한 질문을 본 작품의 질감과 향, 소리의 지층을 통해 각자의 뇌리에 그려질 세계를 상상해봅니다” / 박정인
기획 및 그래픽: 박정혜
참여작가: 김아름, 박정우, 박정혜, 박정인, 소민경, 이은지, 이유성, 황재민, 황원해
운영시간: 오후 1시 – 7시 (월, 화 휴무)
전시토크: 2024년 11월 15일(금)
오후 6시 반 – 8시
전시지원 및 도움: 중간지점
사진 제공 : 박정혜